책 모임에서의 페차쿠차 시도

처음하는 책 모임에는 ‘책’ 그리고 ‘대화’ 두 가지를 시도하는 모임이었다.

책 모임

처음하는 책 모임에는 ‘책’ 그리고 ‘대화’ 두 가지를 시도하는 모임이었다. 대화를 하다보면 책에 대한 나눔이 쉽게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주제는 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책에 대해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들고온 책을 주어진 시간에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 모임인데 대화 주제에 책이 끼어들지 못했단 말이다. 두 번째 책 모임에 대해 생각하면서 책을 읽고 와서 그 내용을 나누고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발하여 없어지는 대화를 넘어서 그 대화를 시각화하며 나누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페차쿠차를 보면서 들었다. 게다가 시각화 하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후에 다시 되새겨 보는데도 좋을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호오..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선배와 이야기하여 두 번째 책모임에는 페차쿠차를 소개하는 시도를 해 보았다. 선배는 자신의 경험이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 나는 읽은 책의 독후감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후배는 모임의 당일날 자신의 일상에 대한 페차쿠차를 작성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후배의 페차쿠차가 가장 재미있었다.

페차 쿠차 규칙

http://seminarman.com/general/less-is-more/

나는 ‘미래로 가는 길(Future Inc.)‘이란 책에 대한 독후감을 페차쿠차로 정리하려 했다. 20장의 슬라이드를 처음과 마지막에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느끼게 될 만한 책의 전체 주제에 대한 키워드를 전달하려는 공간을 마련하고, 나머지 부분을 책의 각 장에서 전달 하고자 하는 키워드를 적절히 배분하여 넣도록 구성을 시작해 보았다. 전달 하고자 하는 내용을 처음부터 틀을 맞추어 놓으니, 읽을 때는 그 틀에 내용이 들어가게끔 읽게 되었다. 각 장의 각 절에서 중요한 것을 뽑고, 그것을 다시 구성하여 그 장의 중요한 키워드를 뽑고. 처음 두 세 장은 그런 식으로 내용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책읽기는 일상생활에 밀려 후반부로 갈 수록 시간에 쫓겨 엉성하게 키워드만 읽고 넘어가고 그 키워드에 대한 내용만을 정리하고… 모임의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구색을 짜맞추어서 페차쿠차를 만들었다. 나조차조 전부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다가 한번 스스로 리허설도 하지 않은채로 뭔가 이야기를 하려니, 머리속에서 각 장의 키워드를 보자마자 순서없이 여러가지 책의 내용들이 뒤죽박죽 튀어나오는것이 아닌가? 입은 열려있는 채로 뭔가 떠들기는 하는데, 나도 뭔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상황에 듣는사람은 오죽했을까. 처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진짜 내가 전달하고픈 내용은 여러 쓸데없는 말에 파뭍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초과하여 약 15분이 소요되었다. 한번 발표를 하고 나니 여러군데 뺄 곳이 많이 보이더라. 부랴부랴 끝나고 나서 뺄껀 다시 빼고 다음날 발표. 그래도 말하고 나니까 드는 느낌이 왠지 내용을 전달하기에 바빴지 나의 읽고 나서의 느낌이나 변화된 부분 같이 서로 공감할 만한 거리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았을 때 내용을 전달하고자 애쓴 부분은 실제로 잘 전달되지는 않았으며 읽고 나서 나 스스로 재 해석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고 했다. 페차쿠차라고 하는것이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수다‘로서 뭔가 생각의 모티브를 제공하는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인 만큼 그 부분에 집중하지 못하고 독후감으로서 뭔가 전달하려고 하기에 급한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정리를 하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이, 생떽쥐베리의 완벽함에 관한 말이었다. 아직 처음이라 이런 방식의 정리에 서툴지만 더 이상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는 훈련을 좀 더 해야겠다.

> Perfection is achieved, not when there is nothing more to add, but
> when there is nothing left to take away. – Antoine de Saint-Exupery

요약

  • 페차쿠차를 하게 된 이유: 말로서 뭔가를 나누는것도 좋지만, 시각화 해보면 어떨까? 기록도 되고.
  • 하다보니까 느끼게 된 점: 요약이란 쉽지 않구나. 정보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 앞으로 개선해볼 점: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까지 뺀다는 것과 ‘수다’ 라는 페차쿠차의 기본 철학을 잊지 않는다.